Hey, loser!

윤종신 8집. Annie가 타이틀이었던 걸로 기억. 애니~


Hey loser! Please get up!
언제까지 비참하게 망가진 모습으로 살아 갈 거야
hey loser! please wake up!
몽롱해진 눈으로 꿈만 꾸는 딱한 사람아
이것 참 해도해도 너무해 도대체 이별한 게 언젠데
그 사람 재미있게 잘산데 똑같이 사랑해놓고 넌 왜 그렇게 사니
생각할수록 너만 비겁해 이미 끝난 게임이야 잘 알쟎아
자 이제 다음 게임 준비 해야쟎아 일어나~~
니 가슴이 확 트이도록 너의 두 눈이 번쩍 뜨이도록 뛰어봐

라는 가사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 이 loser라는 단어때문에, 더 정확히는 미수다에 나온 그 loser발언때문에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키 때문이라고 하는데,
지금 보면 아이러니하게 키작은(?) 윤종신씨의 곡 중에 이런 제목이 있으니.
참고로 제목으로 본다면 앞부분 인트로가 무릎팍 도사 배경음으로 가끔 나오는 Beck의 loser도 있다.

이 발언때문에 발언한 당사자에 대한 정보도 소위 '털렸다'고 하고,
수많은 남성들이 개콘의 '남보원'에 나온 말이 절절하게 들릴 정도로, 분노를 곱씹고 있는 게 보인다.

여러가지 불평등에 대해서, 성적 불평등에 대해서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르고,
또 함부로 이야기 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근거없는 뜬 구름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나는 직접적으로 성차별을 겪지는 않았고, 남자로서는 군대 갈 것 말고는 딱히 걱정하며 살아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학교 다닐때 여학생들의 성적이 압도적으로 높았었던 것은 질투와 불만의 대상이었다.

이 loser발언은, 어떻게 보면 열등감과 관련이 있다.
아 저 방송 보고 분노한 사람들은 다 열등감 가득한 사람들이냐.
그건 아니지. 누구나 열등감 콤플렉스가 있으니까.
다만, 거기에 자기 자신을 휘둘릴 정도로 감정에 격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사람의 기호를 (대본에 충실했는지 어쨌는지의 진실 이전에, 그 자리는 개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자리이므로) 밝히는 내용이었다는 것이고, 비하발언을 했다 이 정도인데,
가끔 그런 이야기가 나를,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으로 확 와닿는 경우가 있다.
이번 사례도 그런 건데,
조금만 쿨하게 생각하면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의 취향을 이야기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마도 방송에 나왔었기 때문에,
그 '방송에 나온 사람'이라는 매개가, 방송을 보고 있는 자신에 비해 우월한 존재로서 비추어지고,
그런 우월한 존재가 자신을 비롯한 주변의 비슷한 사람을 싸잡아 매도하는 느낌을 받게 되면
누구든지, 나라도 울컥하게 될 것이다.

방송은, 공중파를 통해 장사를 하는 상업이다.
방송이 진리도 아니요, 방송이 종교나 신앙도 아니다.
다만 영향력이 크다는 것인데, 그만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늘 경계하여 접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런 장사하는 공간에서도 상도라는 게 있어서 소비자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할 것이고,
이번 사건은, 그 전에도 이후에도 부지기수로 있어왔고 있을 일들 중 하나이지만,
이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분노는 그 내면에 방송 내용을 절대시하고, 개인의 취향을 전체의 성격으로 확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 같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왜 저런 사람들이 나와서 저런 말들을 하나, 라고 생각했고 울컥했는데,
솔직히 저건 그만큼 사람들을 주목하게 만드는 자극성 발언이다.
개인적인 취향이었든, 작가의 대본이었든
공중파를 통해 장사를 하는 방송국 입장에서는 흥행을 염두에 둔 전략을 짜게 되고,
모든 사람들의 콤플렉스를 건드릴 수 있는 소재를 터뜨리는 것이
시청률 싸움에서 승리하는 길이고, 상품성을 높이는 길일 것이다.
그게 선정성이란 것이고, 단지 그러한 화면상의 미끼에 나는 걸려들었다.
순간 걸려들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적극 참여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날의 컨텐츠를 이야기하고, 이는 자동적으로 확대 전파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그 분노의 끈이, 평상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열등의식과 연결이 된다면
더욱더 기막힌, 길고 긴 흥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철없다, 누가 생각이 짧다, 이 이야기는
개인에 국한되어 설정될 가치이지 어떤 단체 그룹 전체에 뭉뚱그려서는 아니된다.
확률상 높을 수 있을지언정 전체에 덧씌우면 안될 것 같다.
덧씌우는 순간 모든 자신의 불만과 콤플렉스가 그 상대에게 모두 투사되고,
그 투사의 힘으로 나는 복수하려는 증오심과, 알 수 없는 근거없는 분노를 빌려
객관적 판단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분풀이를 할 상대를 찾아 쏟아붓게 되는 것이다.
대개 그 상대는 주목받는 공인들이 될 것이고.
혹은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될 수도 있다.

ps.
Hey, loser를 처음 접한 건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가 윤종신 노래 중에 좋다고 한 노래가 이 노래라고 하면서 소개했던
그 짧막한 시간에서였다.

덧글

  • 카루 2009/11/11 13:49 # 답글

    근데 '저는 키큰 남자가 좋아요' 랑 '키작은 남자는 루저에요' 는 말이 뉘앙스가 좀 많이 달라서 -_-;;
    솔직히 내가 보기엔 까여도 어쩔 수 없어보임....
  • 도찬 2009/11/11 22:01 # 답글

    '난 콩사탕이 싫어요' 하고 '난 콩사탕은 비천한 것 같아요' 라는 차이;;
    단순히 내가 싫다 이상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게 되므로 열이 받겠지 으흐.

    그리고 상대 우위를 점한 서울대생;;;
    별 말 안한 것 같은데 그친구는 지레 데여서 학교 홈피에 사과문을 쓰질 않나...
  • 도찬 2009/11/11 22:06 # 답글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환자가 되어 내 앞에서 이야기를 할 때, 나는 그 말에 울컥하고 야 당신이 틀렸잖아 이러는 건 의사로서도 진상이기 때문에.. 어떤 상태로 그런 환자들을 대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쓴 글임....;;; 자기 최면인건가 푸흐
  • 카루 2009/11/11 23:13 # 답글

    ㅋㅋㅋㅋ 의사가 울컥해서 환자한테 야 당신이 틀렸잖아 이러면 정말 웃기겠군 ㅋㅋㅋㅋㅋㅋ
    ....근데 당신 말이 다 맞다고 해주는 것도 장기간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나?;; 상담은 어려워 OTL

    그 서울대생은 발을 잘 뺀 듯. 같이 매장될 뻔했는데 다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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